이것도 공군 점수 받으려고 땄습니다.
원래 초등학생들이 보는 시험이지만, 그래도 자격증 딴 건 딴 거니까 일단 기록합니다.
시험이 그냥 네이버 키고 문제에서 물어보는 거 복붙하면 답 다 나오는 식입니다.
문제 예시:
올해 청룡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을 고르시오.
서울시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길을 검색하고 캡처한 사진을 첨부하시오.
이런 식입니다. 저는 뭐 광명동굴 역사, 와인굴 길이 같은 거 물어봤습니다.
이렇게 절대로 그냥 알긴 힘들지만 검색하면 다 나오는 문제를 물어보는 시험입니다.
제가 본 시험에는 제 기준 좀 반가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경복궁의 정기 휴일은?"이라는 문제입니다.
우선 경복궁은 매주 화요일마다 쉽니다. 공휴일 유무에 따라 자세한 상황은 바뀌지만 기본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검색도 하지 않고 알았습니다. 경복궁이 화요일마다 쉰다는 사실을 대체 왜 알고 있었을까요?
24년 12월 31일에는 제가 친구랑 같이 동대문 역에서 구세군 봉사를 했습니다. 공군 가려고 봉사 점수를 모으던 시기였습니다.
4시간을 했는데, 가만히 종만 쳤습니다. 근데 종을 치고 있노라면 가끔씩 사람들이 와서 말을 겁니다. 보통 길 찾는 어르신들입니다. 1호선 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중앙시장으로 나가려면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 여쭤보십니다. 제가 출구 옆에서 복장을 갖추고 서있으니 역무원처럼 보였나 봅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요청은 경찰을 불러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시길래 여느 분들과 같이 길을 물으시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갑자기 저희더러 역사에서 근무하는 경비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런 건 아닌데 무슨 일이시냐고 여쭤 보니, 지하철 노점에서 바지를 파시는 분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고, 불친절하다고 해결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뜬금없는 요청이라 속으로 웃음이 났습니다 (비웃은 거 아님). 근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역무원 분께 안내해드리고 다시 종을 열심히 치고 있었는데, 한 10분 뒤에 갑자기 진짜 경찰분들이 오셔서 중재하고 가셨습니다 (띠용). 그 상황을 보면서 경찰분들이 진짜 고생이 많으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단 어르신들만 오시는 건 아닙니다. 길 모르는 외국인들도 옵니다. 근데 그 사람들이 길만 묻진 않았습니다.
어디서 무슨 행사를 하는지도 묻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한테 와서 경복궁 오늘 하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는데, 모른다고 그냥 보낼 순 없는 노릇이라, 재빨리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검색 결과는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날이 화요일이었습니다. 다른 궁 없냐길래 창경궁 가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알려줘서 고맙다 그러고, 새해맞이 축제나 행사를 하는 곳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근데 저는 그때 별로 새해를 맞을 생각이 없었던 지라 알아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행사 정보는 잘 몰랐는데, 비행기 사고나서 새해맞이 행사 다 취소됐다는 뉴스는 봤습니다. 그거 얘기해주니까 이 사람들이 자기들은 새해맞이 행사보려고 한국으로 여행왔다며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좀 안타까워서 그 자리에서 폭풍서칭을 한 결과 보신각에서 종은 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거 종 치는 거라도 보고 가라고 했습니다.
구세군 하면서 진짜 재밌는 구경 많이 했습니다.
암튼 이런 일을 겪고 난 뒤라, 경복궁이 매주 화요일마다 쉰다는 걸 잊을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문제 하나 검색 할 시간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험지 다 푸는 데 5분 걸리긴 합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그냥 그런 수준의 시험입니다. 시험시간 지루했는데, 경복궁 정기 휴일 묻는 문제를 보고 그 때 생각이 나서 반가웠습니다.
자격취득 내역서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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